[과학세상/장규태]침팬지도 부모 잃은 새끼 입양한다

2011.01.26 00:00
[동아일보]

14일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평생을 바쳐 헌신한 이태석 신부의 1주기였다. 이태석 신부는 원주민들을 위한 병원과 학교를 설립하고 그들을 돌보느라 삶을 바쳤다. 우리는 이태석 신부 말고도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이러한 인류의 이타적 본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우리 인간과 유전학적으로, 그리고 진화생태학적으로 가장 유사한 침팬지의 본성에서 답을 유추해볼 수 있다. 영장류학자들은 침팬지의 이타적인 행동과 그 증거를 연구해왔다. 영장류학자들은 침팬지의 사회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특정 지역의 침팬지 무리를 따라다니면서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관찰을 통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침팬지의 ‘입양(入養)’에 관한 행동이다. 침팬지가 살아가는 공간은 먹고 먹히는 냉혹한 야생의 사회다. 때문에 새끼 침팬지 가운데는 어미를 잃고 ‘고아’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부모를 잃은 침팬지는 부모로부터 생존을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밀림을 중심으로 한 야생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설사 살아남게 되더라도 엄격한 서열 위주의 침팬지 사회에서 매우 낮은 서열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어른 침팬지들이 이렇게 부모를 잃은 어린 침팬지들을 마치 사람처럼 입양해 키우는 일이 관찰됐다. 여기서 입양이란 어른 침팬지가 부모 잃은 어린 침팬지들을 자신의 새끼들을 키우는 공간으로 데려와 양육하는 일을 말한다. 어른 침팬지는 자신의 새끼들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고아 침팬지를 먹이고, 사냥하는 법과 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가르쳤다. 이런 일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고난과 도전, 희생이 따른다. 야생의 아프리카는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다. 항상 먹이 경쟁으로 다른 무리 혹은 같은 무리 내 다른 개체와 싸워야 한다. 새끼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침팬지들의 입양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입양을 하는 성인 침팬지와 새끼의 관계가 유전적으로 매우 밀접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친척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유전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러한 침팬지의 행동은 특정한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무리사회를 위한 순수한 이타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희생이 따른다고 해서 부모 잃은 침팬지를 방치하면 전체 침팬지 무리의 종 번식에 한계가 오고, 침팬지 무리의 지속적 번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타성이 개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면서도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점을 침팬지들은 알고 있는 셈이다. 학자들은 이 같은 침팬지들의 습성이 인간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본다. 하지만 인간사회에서 개인의 이해를 떠난 이타적인 행동을 발견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유기적인 사회시스템 유지를 위한 양보 대신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는 경우가 많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개인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넓게 보면 이웃은 남이 아니라 사회라는 울타리를 같이 공유하고 있는 가족과 같은 존재다. 울타리 속 누군가의 고통과 소외를 외면하기보다 감싸 안을 때 결국 나의 이해를 도모하는 것임을 침팬지들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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