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한반도 ‘토종여우’ 복원한다

2011.01.12 00:00
[동아일보] ■ 환경부, 올해 사업 본격 추진

구미호를 비롯해 ‘여우’는 전설 속에 자주 등장한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는 동요를 부른다. 2004년 3월 강원 양구군 동면 덕곡리 야산에서 자연사한 여우 수컷 한 마리가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토종여우가 멸종된 것으로 동물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주요 목표로 ‘토종여우’를 선정했다. 지난해까지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반달가슴곰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 토종여우는 왜 사라졌을까… 여우 멸종 미스터리 토종여우는 ‘붉은여우’ 종으로 세계적으로 48아종(亞種·생물분류상 동일한 종이지만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는 집단)이 존재한다. 머리와 몸통 60∼90cm, 꼬리 34∼60cm, 어깨 높이 30∼40cm의 크기에 몸 전체가 짙은 갈색에서 붉은색을 띤다. 반면 꼬리와 배 부위는 희거나 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토종여우가 인가 주변이나 산기슭에서 사는 흔한 동물로 기록돼 있다. 토종여우는 1950년대 초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일단 ‘쥐’와 ‘포획’ 때문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1960, 70년대 전국에 쥐잡기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여우가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고 함께 죽는 연쇄반응이 일어났다는 것. 또 여우목도리 등 모피를 이유로 마구잡이로 포획된 점, 산업화로 서식지가 사라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쥐를 많이 잡아먹는 족제비나 너구리는 현재도 생존하고 있는 반면 토종여우만 유독 씨가 말랐기 때문. 일각에서는 마치 구제역처럼 여우만 걸리는 광범위한 전염병이 돌았을 확률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양두하 복원연구과장은 “환경 탓에 개체가 줄어도 이렇게 싹 사라질 수 없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 토종여우 ‘원종’ 확보 논란 토종여우 복원은 복원장소 선정→원종 확보→시험 방사→본격 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첫 단계로 소백산(경북 영주시 풍기읍)을 복원장소로 선정했다. 소백산은 여우가 좋아하는 쥐와 파충류, 과일, 밤, 호두 등 견과류가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소 선정 후 복원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복원의 핵심인 ‘토종여우 원종(原種)’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토종여우를 복원하려면 남녀 개체를 구한 후 자연에 방사해 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에 살았던 여우 한 쌍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동물원에서 토종여우를 가져올 수 있지만 정말 토종여우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환경부 측 설명이다. 현재 서울대공원에 살고 있는 토종여우도 마찬가지. 서울대공원 측은 “우리 토종여우는 북한에서 들여온 것”이라며 “남한에는 토종여우 원종이 없기 때문에 북한 여우를 한반도 토종 여우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토종여우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들 여우가 진짜 토종여우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양 과장은 “토종여우가 중국, 러시아 여우 등과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혹은 사는 장소만 다를 뿐 같은지 등의 기준이 없다 보니 무작정 동물원에 있는 토종여우를 원종으로 삼아 복원할 수 없다”며 “일단 서울대공원에 있는 붉은여우의 유전자(DNA) 조사 후 일본, 중국, 러시아 여우의 유전자 샘플과 비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토종여우 다시 전국 곳곳에 퍼질까 서울대공원 여우가 토종이 확실하면 한 쌍을 분양받아 복원에 사용한다. 이들 여우는 올해 말까지 소백산에 시험 방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 전 질병 여부를 검사하고 야생적응 훈련을 거치게 된다. 방사 시 전파발신기도 달게 된다. 발신기를 통해 여우의 행적을 추적해 행동반경, 적응 능력, 먹이 종류 등을 연구한 후 본격적인 복원에 들어갈 계획이다. 토종여우가 완전히 복원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존생물학에 따르면 한 개체가 최소 50마리는 있어야 자체 번식을 통해 100년간 유지된다. 토종여우는 보통 2∼3월에 짝을 짓고 5월에 4, 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2년에 1, 2마리 새끼를 낳은 반달곰에 비해 번식에 유리한 편. 하지만 생존확률은 50% 미만에 그친다. 2004년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도 지난해까지 총 32마리를 방사한 결과 11마리는 폐사, 4마리는 자연적응에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원공단 김종달 생태복원팀장은 “곰보다 생존확률이 떨어져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마리당 약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투자해 2, 3쌍 정도는 북한에서 들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동아일보 기자 zozo@donga.com 노정은 동아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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