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개인정보 무단 수집’ 파장]경찰 수사과정 - 개인정보 수집혐의 내용

2011.01.06 00:00
[동아일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업체인 구글은 민간의 ‘빅 브러더’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정보기관 못지않은 엄청난 정보량을 축적하고 있어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의 ‘스트리트뷰’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거리 풍경을 볼 수 있는 기술로 지도 검색 기술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 사생활 노출로 각종 분쟁에 휘말리는 등 부작용도 노출됐다. 지난해 무선랜을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각국에서는 수사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찰의 전격적인 구글코리아 압수수색은 세계 수사기관의 주목을 끌었다. 구글 측이 개인정보 수집 혐의를 일부 시인했지만 과연 어떤 정보를 어느 정도 규모로 축적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구글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었다. ○ e메일·메신저 내용까지 수집 구글이 지도상 특정 지점의 거리 풍경을 보여주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작하기 위해 자료 수집에 나선 것은 2009년 10월경. 당시 구글코리아는 미국 본사로부터 카메라 9대가 부착돼 상하 좌우를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들여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장착한 뒤 스트리트뷰 제작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구글은 0.5초마다 거리 화면을 촬영하고 이때 촬영한 지점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와 함께 무선랜 접속장치(AP) 정보를 함께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GPS 정보와 함께 AP 정보를 수집한 것은 GPS가 지하 같은 곳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GPS 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노트북도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문제는 AP의 시리얼 정보를 수집하면 이 AP를 경유해 송수신된 무선통신 기록도 수집하게 된다는 것. 무선통신 기록에는 당시 AP를 이용해 인터넷을 쓰던 사람의 e메일이나 메신저의 내용, 인터넷 웹사이트 방문기록 등 암호화되지 않은 개인정보가 포함됐다. 구글의 촬영 차량이 거리를 지날 때 인근에서 중요한 e메일을 무선랜을 통해 어딘가로 보냈다면 e메일의 내용과 송수신처가 모두 구글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되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AP 정보를 수집하면 무선통신 기록 정보까지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구글이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글이 수집된 개인정보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구글이 필요로 했던 것은 AP 위치정보이지 개인 간 통신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사용자 위치정보를 이용한 광고 마케팅 등 경제적 목적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 하드디스크 79개 분석 수개월 걸려 한국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하드디스크는 모두 79개다. 각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1TB(테라바이트)로 고화질 영화파일 1000편 정도를 저장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마다 암호가 걸려 있어 암호를 푸는 데에만 2, 3개월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보량 자체가 많아 개인정보 수집 부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경찰은 구글 수사에 전담팀 8명을 포함해 총 15명을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업과 싸우는 일이어서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승산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 측에서 암호를 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상당수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수사팀에 건넸다”며 “한국의 과학 수사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개인정보 수십만 건을 일일이 확인해 이 중 e메일과 메신저 등 명백히 개인정보로 분류할 수 있는 상당수의 정보를 확인했다. ○ 검찰, 구글 벌금형 약식 기소 검토 경찰이 구글코리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당시 혐의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상 감청이었다. 구글이 AP 정보를 수집하면서 개인정보까지 모은 것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기계장치를 사용해 통신내용을 수집한 것으로 사실상 감청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상 개인정보보호 의무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비법에는 양벌규정(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과 함께 법인도 처벌토록 한 법률조항)이 없지만 정통망법에는 양벌규정이 있어 직접 개인정보 수집에 관여한 실무진과 함께 구글 본사를 기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정식 기소 대신 벌금형에 처하는 약식 기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으로 기소하더라도 구글 본사와 관계자들이 모두 해외에 있는 이상 실제적인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식 기소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수사기록 서류만으로도 재판이 가능하다. 박진우 동아일보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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