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신봉하는 과학자들

2002.01.03 16:24
기독교 신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절대로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경>의 창세기에서 우주와 인류의 기원에 관해 서술한 내용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창조론의 대표적 이론가는 18세기 영국 신학자인 윌리엄 페일리(1743~1805)이다. 1802년 발표한 논문에서 기계적인 완벽성을 갖춘 척추동물의 눈을 시계에 비유하고, 시계의 설계자가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눈의 설계자가 반드시 존재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페일리가 내세운 설계자는 다름 아닌 하느님이다. 생물체는 하느님이라는 시계공이 만든 살아 있는 시계라는 것이다. 페일리의 창조론이 19세기 초반까지 통용됐기 때문에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화론을 이해하기는커녕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그러나 진화론은 결국 창조론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20세기 들어 유례없는 과학기술의 진보로 숨을 죽이고 있던 창조론자들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반격을 개시한다.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에 대해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 가설로 맞섰다. 이들의 주장은 1991년 미국의 법학교수인 필립 존슨이 펴낸 <심판 받는 다윈>, 1996년 생화학자인 마이클 베히가 출간한 <다윈의 블랙박스>, 1998년 영국 수학자인 윌리엄 뎀스키가 베히의 주장을 수학적으로 논증한 논문에 체계화돼 있다. 가령 베히는 세포의 복잡한 생화학적 구조는 진화론의 자연선택 과정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생명은 오로지 지적 설계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적 설계란 과학으로 입증이 불가능한 지적인 존재, 즉 하느님의 손길에 의한 설계를 뜻한다. 요컨대 지적 설계 가설은 생명이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설득하려는 시도이다. 예전의 창조론자들처럼 맹목적으로 성경에 매달리는 대신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아전인수식으로 원용하는 새 창조론은 `창조과학'이라 불린다. 성경 대신 과학을 무기 삼아 진화론을 공격하는 고등 전술의 창조론인 셈이다. 창조론에 과학의 옷을 그럴 법하게 입힌 창조과학자들의 활동은 괄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 1999년 캔자스주의 생물교과서에서 진화론 부분을 삭제시키는 데 성공했다. 1981년 결성된 한국창조과학회도 교과서 수정 추진위원회를 두고 있다. 핵심 인물 중에는 대학과 연구소에 근무하는 과학자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 참고자료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www.kac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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