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뮴 낙지 먹으면 어떻게 되길래…

2010년 10월 04일 00:00
무더위도 지나가고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이 오면 고소한 전어와 시원한 연포탕이 생각난다. 그런데 올 가을은 연포탕이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한다. 지난달 중순 시작된 ‘카드뮴 낙지’ 논란 때문이다. 서울시 식품안전과가 낙지내장(머리부위)에서 기준치의 15배에 이르는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깜짝 놀란 사람들이 낙지집에 발길을 끊었다. 그런데 며칠 뒤 식약청이 서울시 발표가 착오라며 낙지를 먹어도 된다고 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사실 공공기관이 이처럼 다른 입장에서 논쟁을 벌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아무튼 정황을 보면 서울시가 ‘오버’했거나 ‘착각’한 걸로 보인다. 즉 낙지 내장 1kg에 들어있는 카드뮴 수치를 내보낸 건데 이는 낙지 60마리가 넘는 양이기 때문이다. 낙지야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먹어야 한 두 마리인데 어민이나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을 상황이 뻔히 보이는 발표를 할 때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카드뮴이 도대체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기에 이처럼 기관들이 신경을 쓸까. ●아연, 카드뮴, 수은은 한 형제 고교시절 배운 화학시간을 떠올려보자. 한마디로 화학은 100여개의 원소가 지지고 볶는 일들을 다루는 분야로 이들의 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든 게 바로 주기율표다. 주기율표의 가로축은 주기, 세로축은 족이라고 부르는데 같은 족에 있는 원소들은 물리, 화학적 특성이 비슷하다는 게 포인트다. 원소의 특성은 원자핵을 둘러싼 전자의 배치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같은 족일 경우 전자 배치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1족 원소로는 구리, 은, 금이 있다. 이들 세 금속은 무르지만 녹이 안 슬고 전기가 잘 통한다. 다만 구리에서 은, 금으로 갈수록 드물기 때문에 값은 큰 차이가 난다. 이들 바로 옆에 있는 12족 원소는 아연, 카드뮴, 수은이다. 이들 역시 물리, 화학적 특성은 비슷해 다른 금속에 비해 녹는점, 끓는점이 낮고(심지어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다!) 같은 구조의 화합물을 만든다. 아연 광산에 카드뮴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그럼에도 생물학적 특성은 꽤 다른데 아연은 결핍되면 장애가 생길 정도로 필수영양소인 반면 카드뮴과 수은은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독소로 작용한다. 왜 그럴까. 아연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몸의 단백질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체반응을 촉매하는 효소 가운데 아연이 결합된 것이 200가지가 넘는다. 유전자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의 경우도 그 정도 숫자다. 굴이 정력에 좋다고 하는 이유도 아연이 많은 들어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몸에서도 정액에 특히 아연이 많을 뿐 아니라 아연이 부족할 경우 정자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아연이 2.3그램(약 0.004%) 정도 있다. 사실 카드뮴도 우리 몸에 미량이지만 들어 있다(약 20밀리그램으로 아연의 100분의 1 수준). 물론 이 정도로는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지어는 카드뮴 역시 모종의 역할을 할 거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해양 생물에서 카드뮴을 필요로 하는 효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아무튼 적정 수준 이상의 카드뮴이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문제가 생긴다. 카드뮴이 물리,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아연 대신 단백질에 결합하면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효소나 전사인자로 작용할 때 원자차원에서 정교한 조절이 일어나기 때문에 금속이 바뀔 경우 문제가 생긴다. 단백질로서는 원래 파트너인줄 알고 손을 내밀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모네가 사랑했던 카드뮴 옐로 건강을 생각하면 카드뮴이 두려운 존재이지만 사실 산업계에서는 유용하게 쓰이는 원소다. 연간 생산량이 2만여 톤으로 그 가운데 86%가 니켈-카드뮴 전지를 만드는데 쓰인다. 충전지로 인기가 있는 니켈-카드뮴 전지는 1.2볼트가 나온다. 카드뮴은 내부식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항공기 재료의 금속도금으로도 널리 쓰인다. 카드뮴 화합물은 뛰어난 안료이기도 하다. 황화카드뮴(카드뮴 옐로)과 셀렌화카드뮴(카드뮴 레드), 그리고 그 혼합물(카드뮴 오렌지)은 색이 선명하면서도 오래도록 변치 않는다. 안전하지는(safe) 않지만 안정한(stable) 물질인 셈이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 역시 카드뮴 옐로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카드뮴이 유해하다보니 최근에는 물감에서 잘 안 쓰는 경향이 있지만 국내 한 업체의 32색 수채화세트의 경우 ‘카드뮴 옐로 오렌지’가 포함돼 있고 낱개로 판매하는 72색 목록에는 이 밖에도 ‘카드뮴 옐로’ ‘카드뮴 오렌지’ ‘카드뮴 레드’가 들어 있다. 기자 역시 최근 카드뮴 레드를 사서 쓰고 있는데 카드뮴 낙지 소동으로 다시 보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색이 매력적인 카드뮴 레드를 안 쓰지는 않겠지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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