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음복주 한 잔, ‘복’일까?, ‘독’일까?

2010.09.13 00:00
[동아일보]

“명절인데 뭐 어때? 한잔 정도는 괜찮지?” “음복주는 예절인데 안 지키면 쓰나….” 추석 명절이면 의례적으로 음복주(飮福酒)를 마신다. 음복이란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제사에 쓴 음식을 나눠 먹는 것으로 처음 음복이라 불렸던 음식은 ‘술’이다. 음복의 의미는 단순히 가족 친지간의 우애를 다지는 것에만 지나지 않는다. 조상의 혼이 머물다간 음식을 먹음으로써 복을 받는 절차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명절날 음복주를 마시는 것은 중요한 의례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알코올의존증 환자에게 있어선 ‘복’이 아니라 ‘독’이다. 단 한잔이라도 그렇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10년 이상 술을 끊었어도 한잔 술만 들어가면 이전의 음주습관으로 되돌아가기 쉽다. 추석 첫날 마신 한잔의 술로 연휴가 끝날 때까지 술취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추석 명절 이후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알코올의존증 초진 환자는 물론이고 치료 중에 있는 환자들이 명절 분위기에 들떠 술을 입에 대거나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것. 이미 치료를 마쳤다가 재발한 환자도 적지 않다.

알코올의존증 재발이란 잠시 마시는 것을 쉬었다가 다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음주를 중단하고 맑은 정신으로 생활하며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이 다시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알코올의존증은 재발률이 매우 높다. 중독자 중 44.5∼80.3%가 치료 후 6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재발을 막으려면 가족과 친지들은 술 권하기를 삼가야 한다. ‘한잔 정도의 음복주는 괜찮겠지’ 하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즉, 어떤 일이 있어도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첫 잔을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혹 이런 일로 가족 간에 심각한 의견 대립이 생긴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음복주는 미성년인 자녀에게도 위험하다. 때때로 ‘술은 어른에게 배우는 것’ ‘음복주는 괜찮다’며 술을 권하는 부모가 있는데, 조상의 향음주례(鄕飮酒禮)도 건강한 성인이 대상이었다. 자녀에게 주도를 가르치고 싶다면 부모는 자녀가 만19세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처음 마신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나중에 술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양재진 원장 알코올중독치료전문 진병원 guterarzt@cyworld.com ※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정선우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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