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진화적 뿌리를 찾아

2010.08.19 00:00
[동아일보]

음악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음악과 떨어진 일상생활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은 길을 걸어가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좋아하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음악 파일을 내려받아 듣는다. 식당 카페 서점 백화점 등 어디를 가더라도 대부분 음악을 틀어 놓는다. 음악이 전혀 없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음악이 인간에게 이렇게 중요하다니, 인간에게 음악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저 좋다는 정도를 넘어서 어떠한 다른 진화적 이유가 분명 있을 듯하다. 동물이, 인간이 진화할 때 음악은 어떠한 도움이 되어서 계속 발전했을까. 음악을 언제 처음 만들었는지 살펴볼 때 화석을 분석하여 직관적인 이론을 전개하는 방법은 도움이 안 된다. 동물이나 인간이 노래할 때 소리를 내는 기관인 후두 등이 그대로 화석으로 남아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음악의 진화적 뿌리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국내에는 음악의 진화 관련 자료 사이트를 웹에서 운영하는 분이 있다. 해외에서도 음악과 관련된 뇌의 신경과정, 그리고 음악의 진화를 연결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책이라든가, ‘음악의 왈츠’ 같은 책도 있다. 음악의 심리과학적 연구를 전공하는 교수도 있다. 음악은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진화되어 인간 삶의 중심에 자리 잡았을까. 새나 흑고래, 긴팔원숭이를 보면 다양한 레퍼토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복잡한 노래를 정교하게 부르는 수컷을 암컷이 짝으로 선택한다. 또한 노래를 안 하는 암컷 새에게 남성 호르몬을 투여하자 그 암컷 새가 노래를 하게 된다. 노랫소리와 관련된 발성 기관에 변화를 주어서 음악과 짝짓기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다. 수컷 새는 울대의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소리를 낸다. 여기에 작은 구멍을 내어서 노랫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게 하자 수컷이 짝짓기를 잘 못했다. 그 구멍을 다시 막자 짝짓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노랫소리를 제대로 못 낼 때는 다른 새가 수컷의 영역을 쉽게 침범하더니 구멍을 다시 막아 주자 침입이 줄어들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컷 울새를 다른 곳으로 옮기자 원래 살던 영역에 다른 새가 침입하는 횟수가 늘고, 침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짐을 볼 수 있었다. 스피커로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게 해 놓자 다른 새의 침입 횟수가 줄어들고 침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이러한 연구는 짝짓기와 영역 보호를 위해 음악이 발달하게 됐다는 이론을 잘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간도 음악을 짝짓기와 관련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외에 음악은 동물이건 사람이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의 한 교수는 사람에게 음악을 들려주면서 작은 북을 치게 한 뒤 혈액을 검사하는 실험을 하였다. 음악을 들으며 북을 친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찾아 죽이는 면역세포의 활동 수준이 증가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의 분비 수준을 음악 활동이 낮추어 면역세포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건을 만들었다. 음악이 스트레스나 긴장을 풀게 하고 그에 따라 면역 기능이 활발하게 되어 인간이 더 오래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주장이다. 정서적 미학적 심미적 이유에서 음악의 진화적 뿌리를 찾는 많은 과학적 연구도 있다. 음악의 뿌리에 관한 이 모든 과학적 연구는 우리 모두가 지금 왜 음악에 매료되는지의 원인을 차근차근 밝혀 나가고 있다.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 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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