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폭력버릇 여든까지 간다

2001.10.10 09:57
“미국도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데 왜 내가 싸우면 안돼?” 주부 이모씨(39·서울 강남구)는 최근 초등학교 5학년인 말썽꾸러기 아들에게 이웃 아이와 싸운 것을 꾸짖자 아들이 ‘박박’ 대들어 난감했다. 이씨는 고함을 지르며 ‘목소리’로 아이의 기세를 눌렀지만 잠시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정말 두 경우가 무엇이 다르지? 다른 엄마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할까.’ 전쟁과 싸움 등에 관련된 자녀의 궁금증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자녀의 공격성 폭력성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아본다. ▽“전쟁은 이런거야”〓 나이에 따라 설명할 내용이 다르지만 초등학생 이하에게는 문제가 생겼을 때 처음부터 힘으로 해결해선 안된다는 점을 명확히 가르쳐 줘야 한다. 친구끼리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의견 차이를 좁혀서 풀고 피치 못할 경우 교사나 부모에게 상의하도록 한다. 전쟁도 이와 같이 최후의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전쟁은 자기 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요즘에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전쟁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힘이 센 나라가 힘이 약한 나라를 무조건 못살게 굴면 결국은 고립돼 자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테러는 ‘폭력’ 그 자체로 통상 외교 행위와 대화가 병행되는 전쟁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어른의 편견이 아이를 망칠 수도〓 일부 아버지는 미국의 보복 공격에 대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아이에게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교육적으로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일어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과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아버지의 논리’ 사이에서 아이가 혼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이에게 무조건 ‘미국〓선’이라고 주입하는 것도 좋지 않다. 아이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상황과 주장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아이가 다른 주장을 할 때 이를 잘 듣고 아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한편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는 전쟁 때문에 불안감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을 자세히 가르쳐줘 안심시키도록 한다. ▽우리 애를 살펴보자〓 일부 아이들은 부모가 아무리 설명해도 ‘힘센 것이 최고’라고 여긴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가 싸우고 들어와도 ‘아이는 싸우면서 큰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남을 괴롭히고도 자신을 합리화하고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일단 아이에게 ‘마음의 병’은 없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적대적 반항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이 있으면 걸핏하면 싸우고 폭력을 당연시한다. 이 경우 병원의 치료가 필요하지만 특히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치료가 잘 되지 않으므로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공격적인 성향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힘보다는 사랑이 멋진 것’〓 아이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 방치하면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나중에 지능과 사회성 등이 떨어지게 된다. 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 등을 방치하면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어릴 때부터 아이가 공격성을 기르지 않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평소 부모가 부부싸움을 많이 하면 아이는 공격적이 된다. 부모의 무관심이나 과잉보호,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는 뇌 ‘억제회로’의 생성 성장을 방해하고 폭력적인 게임 영화 만화 등은 뇌의 충동회로를 강화시켜 공격적, 충동적인 성격이 되게 한다. 부모가 어릴 때부터 자녀를 박물관 미술관 등에 데리고 다니고 좋은 음악을 들려줘 ‘힘’보다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도록 돕는다. 모든 문제는 대화로 해결하도록 하고 부모도 아이에게 되도록 어떤 사실을 주입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배려한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 청소년 정신과 홍성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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