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결정하는 '마음의 평화'

2003.04.18 16:19
지난달 대한내과학회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불려오던 성인병(成人病)을 생활습관병(生活習慣病)으로 명명한 것이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위장병 뇌중풍…. 심지어 암까지 여기에 포함된다. 생활이 윤택해진 현대사회에서 생긴 병들이라 현대병 부자병 문화병 중년병 스트레스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병마다 직접적인 원인은 다르겠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즉 평소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병에 걸릴 수도 있고 건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치료 역시 생활습관을 고쳐야 가능한 건 물론이다. 실제 이 병의 60% 이상은 생활스타일을 바꿈으로써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의학계의 보고다. 가령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결정적으로 높아진다. 술은 간 질환을, 지방질 육류는 고혈압과 심장병을 유발한다. 적당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등 이 정도는 상식으로 다 알고 있다. 한데도 이 병은 날로 증가일로에 있으며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건강상식을 알면서도 행하지는 못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정도야 어떠려고”하는 유혹에 빠져든다. 물론 술 한잔, 담배 한 대가 당장 병을 만들지는 않는다. 이 병의 특징은 만성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소화가 안 된다고 당장 위장에 병변이 생기는 건 아니며 소화불량이라는 증상기도 아주 길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슬슬 위장에 병변이 오기 시작하며 검사상 위염 등 이상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40이 넘으면 1년에 한번 반드시 종합검진을 받아야 한다. 다른 데는 돈을 아끼더라도 여기에만은 아끼면 안 된다. 우린 지금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사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다. ‘젊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지금부터는 삶의 질이다. 딱하게도 사람들은 여기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 누구도 그런 장수시대를 안 겪어봤기에 실감이 안 나는 모양이다. 50대 중반이면 거의가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인데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일이 없으면 사람은 겉늙는다. 지적(知的) 자극이나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 없으면 우리의 뇌는 급격히 쇠퇴한다. 물론 치매도 빨리 온다. 나이 50이면 이제 ‘인생의 오후’가 시작된 셈이다. 오후는 오전보다 더 길고 다양하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대로 가면 내 건강은, 그리고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진지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함정. 사람들은 생활습관하면 주로 식사와 운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마음의 평화다. 마음은 중추신경을 비롯해 내장의 자율신경, 호르몬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령 버럭 성을 낼 경우, 우선 공격중추가 자극되고 악질적인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당과 혈압도 오른다. 싸울 준비를 해야 하므로 내장으로 가는 혈액을 팔다리 근육으로 보내야 한다. 위장이 작아지고 위액 분비와 위장 운동도 저하된다. 이런 상태가 자주 오면, 그리고 그게 10년, 20년 지속되다 보면 건강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의사가 아니라도 뻔히 알 수 있다. 마음의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래서다. 사람을 대하면 반갑게 인사하고, 정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하찮은 일에도 감사하고, 저녁노을에도 눈물겹도록 감동하고…. 이러한 순간 뇌 속에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된다. 중추신경을 밝고 기분 좋은 무드로 만들어 그 영향이 온몸에 퍼진다. 악질적 스트레스로 상처받은 장기에 단비처럼 작용해 참으로 신비스러운 치유효과를 발휘한다. 이젠 마음이다. 그게 건강의 비결이요 삶의 질을 높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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