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드러난 탄저균 게놈

2003.08.05 11:56
[그림]생물무기로 널리 알려진 탄저균(바실러스 안트라시스, Bacillus anthracis)은 흙 속에 서식하는 작은 세균이다. 탄저균은 주위에 흡수할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작은 포자를 형성해 수십 년간 휴면 상태로 지낼 수도 있다. 이 포자를 소나 양 등 초식동물이 섭취하면 탄저병에 걸린다. 사람은 동물의 배설물이나 사체 또는 흙을 통해 탄저균에 감염되는데, 드물게는 곤충에 물려서 감염되기도 한다. 호흡기를 통해 흡입된 탄저균 포자는 며칠간의 잠복기를 지낸 후 폐에 울혈을 일으킨다. 이때 폐탄저라 부르는 치명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폐에서 면역계를 통해 림프절에 이송되면 탄저균은 발아가능한 상태가 된다. 발아한 탄저균은 혈류에 들어가기 위해 독소를 분비하고 최종적으로 내출혈을 일으킨다. 결국 감염된 환자는 호흡이 곤란해지고 감염자의 85% 이상이 죽는다. 탄저균이 처음 밝혀진 것은 1876년이다. 독일의 코흐는 탄저균을 배양해 동물감염 실험을 하고, 또 병에 걸린 동물로부터 탄저균을 분리해 탄저병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탄저균 백신은 1881년에 파스퇴르가 만들었다. 파스퇴르는 백신을 가축에 접종하면서 탄저균에 대한 면역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생물 무기로서 탄저균 탄저균을 오래 전부터 생물 무기로 개발되었다. 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연합국 기병을 제압하기 위해 탄저균과 비저균을 배양했다. 배양된 세균을 미국으로 보내 말과 노새, 소 등 총 3천여 마리에 주사했다. 그 결과 세균이 유입된 전쟁터에서는 가축 뿐아니라 사람도 감염되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도 미국, 일본, 독일, 소련, 영국 등 주요 참전국은 경쟁적으로 탄저균 개발에 나섰다. 특히 살아있는 인체를 대상으로 생물무기를 실험했던 일본의 731부대는 탄저균을 에어로졸로 살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등 1945년까지 일본은 탄저균을 400kg이나 비축했다. 영국도 1942년 스코틀랜드 연안의 그뤼나드섬에서 탄저균 폭탄 실험을 실시했다. 그뤼나드섬에서 탄저균이 사라진 것은 그로부터 46년이 지나서였다. 그것도 자연적으로 정화된 것이 아니고 포름알데히드 수백톤으로 소독을 한 결과다. 또 1979년 구소련에서는 탄저균 실험실이 있던 스베르들로프스크에서 66명의 주민이 고열과 호흡장애를 일으키고 사망하는 질병이 발생했다. 이 외에 일본의 옴진리교나 이라크도 탄저균 연구를 했다. 2002년에는 미국에서 탄저균이 묻은 우편물이 배달되어 세계적으로 탄저균 공포가 돌기도 했다. 탄저균이 생물무기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효과가 높고 제작과 보관이 편하기 때문이다. 탄저병 발병 뒤 하루 안에 다량의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85% 이상이 사망하는데, 이는 천연두의 사망률이 30%인 것에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치이다. 또 탄저균을 배양해 동결 건조시키면 손쉽게 분말로 만들 수 있다. 즉 보관과 이용이 편하다. 이처럼 이용하기 쉽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으로 들어갈 때 민간인의 생명이 더 위협 받을 것이 예상된다. 탄저병을 예방하는 탄저 백신은 미-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 군인을 비롯해 군무원도 접종했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을 생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탄저균을 치료하는 ‘시프로’라는 항생제가 있으나, 탄저균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늘고 있으며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강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밝혀진 탄저균 게놈 지난 5월 1일자 ‘네이처’에 탄저균 게놈의 해독 결과가 발표됐다. 이 결과가 탄저균의 진단 및 예방을 위한 백신 제조와 탄저병 치료를 위한 신약의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진행한 게놈 연구소의 티모시 리드 박사는 탄저균의 염기배열이 ‘대형 스위스 군용 나이프’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5백만개 이상의 염기로 구성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5천개를 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와 같은 많은 유전자들이 탄저균이 여러 환경에서 적응을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해독한 탄저균은 1981년 탄저병으로 죽은 텍사스의 암소에서 분리한 균주로서 매우 독성이 강한 종류이다. 지난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우편에 의한 탄저균 테러에 이용된 균주와 염기 배열을 비교한 결과 염기 11개의 차이 밖에 나지 않아서 이 두 종류의 탄저균 균주들이 공통의 선조로부터 나온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연구팀은 탄저병의 발병과 관련된 여러 종류의 유전자도 동정하였으며 여기에는 탄저균이 포자로 생존하는 것과 독성을 발휘하는 것에 관련된 유전자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유전자의 산물인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의 설계도 기대되고 있다. 한편 게놈 연구소와 함께 인티그레이티드 지노믹스의 연구팀은 탄저균의 게놈과 탄저균과 근연관계에 있는 식중독 원인균인 바실러스 시리우스(Bacillus cereus)의 게놈을 비교했다. 이들 두 종은 유전자가 매우 유사하지만 탄저균은 염색체 이외에도 병을 일으키고 독성을 나타내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 2종의 플라스미드가 더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하여 탄저균과 시리우스균에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특이적인 형태의 유전자가 각각 존재하고 있어서 주위환경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더하여 탄저균은 다른 세균들과 비교하여 단백질의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은 탄저균의 선조인 미생물이 곤충 또는 동물과 그 사체를 먹고 살아왔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연구팀은 더하였다. 참고자료 1. Read, T. D. et al. The genome sequence of Bacillus anthracis Ames and comparison to closely related bacteria. Nature, 423, 81 - 86, (2003). 2. Ivanova, N. et al. Genome sequence of Bacillus cereus and comparative analysis with Bacillus anthracis. Nature, 423, 87 - 91, (2003). 3. 미생물의 힘 (Power Unseen) 버나드 딕슨 사이언스북스 4. http://www.dongascience.com/news/special/biowp.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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