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홍역 앓아

2007.05.05 20:53
새싹이 돋아 파릇해진 5월이다.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일굴 즐거움에 겨울이 끝나기를 고대하던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농장주가 자상하게 작물을 가꾸는 요령을 일러줘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초보 농군으로 자립하고자 묘를 직접 키운다면 넘어야할 산이 있다. 사람처럼 식물에게도 어린 시절에 자주 찾아오는 병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모잘록병’. 이 병은 어린 식물에게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의 홍역을 떠올리게 된다. 모잘록병에 감염된 식물을 적절하게 대처하면 홍역처럼 한바탕 몸살을 앓는 정도로 끝나지만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죽는 일이 다반사다. 모잘록병은 글자 그대로 모가 잘록해진다는 병으로 병에 걸린 어린 식물체의 줄기가 잘록하게 들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물체가 병원균에 감염된 후 선체로 말라 죽는다 해서 붙여진 ‘묘입고병’(苗立枯病)과 혼용돼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구별해서 우리말인 모잘록병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잘록병의 영어 이름은 좀더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 명칭인 ‘dampping off’는 ‘습기 때문에 썩다’는 뜻으로 모잘록병에서 습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잘록병이 다양한 곰팡이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에 의해서 전염되는 홍역과 다르지만 감염 경로는 매우 비슷하다. 모잘록병 병원균은 균사, 포자 또는 균핵 등 다양한 형태로 감염 식물체에 붙어 있거나 토양에 존재하다가 빗물이나 농기구, 사람 등에 튀거나 묻어서 이웃 작물을 감염시킨다. 홍역이 주로 환자와의 직접 접촉이나 기침, 재채기 때 튕기는 침방울에 의해 옮기는 것과 비슷하다. 모잘록 병원균은 보통 25℃내외에서 잘 자라며 식물이 약해졌을 때 침입한다. 주로 뿌리나 토양 표면과 맞닿아 있는 식물의 상처부위를 통해서 침입한다. 어린 식물은 조직이 매우 연해 병원균에 의해 쉽게 감염되며 빠르게 파괴된다. 침입부위는 초기에 짙은 녹색이 물먹은 듯한 모습이며, 후에 기능을 상실한 세포가 수분을 잃어 누렇게 말라간다. 결국 해당 부위는 잘록하게 들어가고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관다발 부위가 막히며, 상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식물 전체가 쓰러져 말라 죽는다(그림 2). 한번 앓으면 일생 동안 면역이 생겨 다시 앓지 않는 홍역과는 달리 모잘록 병원균은 어른 식물에서도 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어른 식물은 이미 강한 조직과 다양한 방어물질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어 대개 쉽게 죽지 않고 작은 상처를 입는 정도로 끝난다. 병원균은 식물의 피해 부위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균핵이나 포자로 형태를 바꿔 적당한 환경과 먹이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들의 인내심은 몇 년이나 지속될 수 있어 그 사이에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 식물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한 종자 사용이 우선이다. 시판되는 종자는 병원균으로부터 안전하게 소독돼 나오지만 이것조차 불안하다면 수확기까지 잔류에 문제가 없는 종자소독 살균제를 사용하면 된다. 최근 세계적으로 사용이 늘고 있는 종자용 미생물 농약은 환경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적극 추천할만하다. 둘째로 식물이 건강해야 한다. 토양이 습하거나 질소가 포함된 비료를 많이 줘 영양이 과하면 식물이 웃자라 연약해진다. 그러므로 토양을 건조하게 하고 질소질 비료의 과용을 피하도록 한다. 일단 모잘록병에 걸리고 나면 치료방법은 쉽지 않다. 우선 대부분의 채소가 정식부터 수확기까지 기간이 짧기 때문에 농약 사용은 쉽지 않다. 병이 걸린 포기가 발견된다면, 빨리 뽑아버린 후 병의 진전을 방지하기 위해 상토(작물 육묘용 토양)를 말려주는 것이 좋다. 병에 걸린 식물을 그대로 놔두면 이웃 식물까지 병에 노출돼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직접 묘를 키운다면 포기별로 나누어져 있는 폿트(육묘 전용 화분)를 사용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번 봄, 많은 초보 농군이 건강한 작물 재배로 가을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McSpadden Gardener, B. B. and Fravel, D. R. 2002. Biological control of plant pathogens: research, commercialization, and application in the USA. Online Plant Health Progress doi:10.1094/PHP-2002-0510-01RV. George N. Agrios. 1998. 식물병리학. 제 4판. (고영진 등 번역, 월드사이언스) 황병국. 1995. 식물 의학. 탐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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