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중독, 뇌진탕 맞먹는 뇌손상”

2007.04.13 09:16
히로뽕(메스암페타민) 장기 복용자는 뇌진탕과 맞먹는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이 국내 의학자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류인균(43·사진) 교수는 뇌 영상 연구를 통해 히로뽕 중독의 원인과 병리 규명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수여하는 ‘2007 국제 저명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과학기술부가 12일 밝혔다. 류 교수는 NIH가 매년 뛰어난 약물 연구 업적이 있는 외국 과학자에게 주는 이 상의 첫 한국인 수상자다. 류 교수 연구팀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히로뽕 중독자 40명을 뇌 자기분광공명영상(MRS)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7차례에 걸쳐 뇌의 변화를 영상으로 찍어 분석했다. 그 결과 2∼15년간 히로뽕을 장기 투약한 사람은 사고, 판단,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이마엽(전두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보다 남성의 손상 정도가 심했다. 10년 이상 장기 투약자는 이마엽 신경세포의 ‘NAA’(신경세포의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일반인에 비해 4∼6% 적었다. 이 경우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우울증이나 편집증에 시달리게 된다. 연구팀은 “히로뽕 중독자의 NAA 양은 교통사고로 뇌에 충격을 받은 사람이나 치매 환자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경세포 다발이 있는 이마엽의 회백질 밀도도 히로뽕 중독자가 일반인에 비해 4∼8% 낮았다. 회백질은 뇌로 들어온 정보를 총괄한다. 또 신경세포를 연결해 정보 이동 통로 구실을 하는 백질의 기능도 일반인보다 8∼10% 낮았다. 연구팀은 “사고력과 분석력을 담당하는 회백질이 손상되면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히로뽕 중독자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모양이 변해 지능지수(IQ)가 정상인에 비해 10 정도 낮았다. 연구팀은 히로뽕 복용을 중단했을 경우 손상된 뇌가 회복되는 메커니즘도 함께 밝혀내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 치료에 전기를 마련했다. 이마엽의 회백질 밀도는 히로뽕 복용 중단 1년 뒤부터 일반인의 95% 수준까지 회복되며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류량도 늘어나게 된다. 조기에 히로뽕 복용을 중단하고 오랫동안 치료를 받을수록 뇌 기능의 복원력은 높았다. 연구팀은 “히로뽕만 단독으로 사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히로뽕을 끊고 난 뒤 뇌 손상 회복에 관한 임상 변화를 체계적으로 관찰한 연구 또한 많지 않았던 만큼 환자들이 희망을 갖고 히로뽕 투약을 중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교수팀은 이 연구와 관련된 논문 7편을 국제적 학술지인 ‘뇌신경약리학지’ ‘국제 뇌신경약리학지’ ‘마약 알코올 의존지’ 등에 실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국내 마약사범(7154명) 가운데 히로뽕 사범(5354명)은 75%이며,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값싼 히로뽕을 복용하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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