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많이 써야 뇌는 ‘웰빙’

2007.01.09 22:14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웰빙’ 열풍이 한창이다. 그런데 뇌과학 분야에서는 벌써 몇년 전부터 나이가 들어도 뇌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찾기위한 웰빙 연구가 시작됐다. 조금 전에 들은 내용도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치매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몇달 전에 일어났던 일까지도 속속들이 기억하는 할머니도 있다. 최근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노화하는 속도는 개인 차이가 커서 나이가 든다고 반드시 기억력과 같은 뇌의 여러 기능들이 모두 떨어지지는 않는다. 천재의 대명사 아인슈타인은 노인이 돼서도 수준 높은 연구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노인들이 젊은이 못지않은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장수하면서도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의 뇌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뇌의 노화 연구를 통해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 나이 들면 뇌 작아져 젊고 건강한 성인의 뇌는 최고 크기에 달했을 때 대략 1천3백50cc 부피에 1천억개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그 후 나이가 들면서 뇌의 부피는 서서히 감소하다가 55세를 기점으로 좀더 가파르게 감소하기 시작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20세 성인의 뇌에 비해 부피가 10% 정도 줄어든다. 이렇게 뇌의 전체 부피가 감소하는데는 크게 3가지 원인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신경세포가 제 수명을 다해 소실되거나, 신경세포 자체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신경세포끼리 정보를 공유하던 무수히 많은 연결고리인 시냅스의 수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뇌의 부피가 감소하는 현상 이외에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뇌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한다. 최근 연구결과 뇌의 혈류량이 감소하면 뇌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뇌가 더 빠른 속도로 노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노화 현상은 뇌의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일어나지는 않는다. 노화에 따른 변화가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영역이 있다. 그 중 노화가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대뇌의 전전두엽, 해마, 해마 근처의 내측 측두엽이다. 전전두엽은 뇌의 껍질인 대뇌의 가장 앞부분이다. 이 부위는 미국 래드포드대 신경과학자인 칼 프리브럼 박사가 ‘문명의 뇌 영역’이라고 칭할 만큼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의 뇌에서 가장 발달돼 있다. 또한 대부분의 뇌 영역은 아동기에 발달이 완료되는 반면, 전전두엽은 사춘기를 지나서야 발달이 완전히 끝난다. 또 뇌의 다른 부위와 가장 많이 연결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행동을 할때 지식을 조직화하거나 정보를 종합해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은 가장 고도의 인지 기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와 그 주변의 내측 측두엽 영역은 대뇌피질이 옆으로 말려들어간 것 같은 모양인데, 이 부분 또한 노화에 매우 취약하다. 이곳은 기억정보를 장기적으로 저장하는데 필수적인 영역이며,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신경세포가 소실되거나 시냅스가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부위이기도 하다. 노인의 기억력 감퇴 뇌의 노화 연구에서 발견된 결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노인들의 인지 능력이 개인 간 수준 차이가 더 많이 난다는 점이다. 일생 동안 계속 인지 능력을 비교 분석하는 종단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이 있는 반면,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노인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화 정도의 개인적 차이와 더불어, 인지 기능의 종류에 따라 변화 양상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뇌 노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뇌가 노화하면서 함께 약화된다. 그러나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되는 것을 종단 노화 연구에서 일관되게 관찰할 수 있다. 할머니가 컴퓨터 게임을 배우는데는 몇날 며칠이 걸리지만 김치는 여전히 집안에서 제일 잘 담그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에서 이런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영역은 어느 부위일까. 새로 습득한 정보를 단기간 동안 보관하고 처리하는 곳이 전전두엽인 반면, 이 정보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부위는 해마를 비롯한 내측 측두엽 구조들이다. 둘 모두 노화에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따라서 이들 부위가 관여하는 기억력과 같은 인지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가장 심하게 감퇴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화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노인이 됐을 때 기억력에 개인차가 커진다. 노년기의 기억력 감퇴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흥미롭게도 사건의 맥락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어떤 사실을 친구가 얘기해 알게 됐는지, 뉴스를 듣고 알게 됐는지, 아니면 자신의 상상 속에서 내려진 결론인지를 구분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때 이미 알고 있는 장기 기억의 내용은 주로 해마에 저장된다. 그리고 그것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지와 같은 부가적인 정보인 맥락 기억은 주로 전전두엽에서 처리한다. 기억의 내용과 그것을 알게 된 경로를 연결한 것을 원천 기억이라고 한다. 해마와 전전두엽이 서로 원활히 정보를 교환해야 제대로 된 원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두 영역에 노화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면 이런 상호작용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이 어떤 사실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신경세포도 치유력 있어 다른 신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노인의 뇌는 젊은이의 뇌보다 질병에 더 취약하다. 정상적인 노화가 진행돼 소실되는 신경세포의 수는 그리 많지는 않다. 반면 노인이 퇴행성 뇌질환인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에 걸리면 뇌신경세포는 심하게 소실된다. 다른 세포들과 달리 신경세포는 소실 후 다시 새로운 세포가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때문에 뇌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뇌신경세포가 많이 파괴되면 그에 따라 뇌의 기능도 점점 더 감퇴할 수밖에 없다. 손상된 신경세포는 자생적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나뭇가지가 폭풍우를 견디지 못해 부러져도 뿌리가 온전히 남아있으면 다시 새 가지가 돋아난다. 마찬가지로 신경세포도 세포핵을 갖고 있는 몸체(세포체)가 손상되지 않은 경우 몸체로부터 새로운 가지들이 뻗어 나와 다른 신경세포와의 연결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뇌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신경세포가 몸체까지 파괴된 경우라면 회복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이때도 파괴된 신경세포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주변 신경세포들이 다른 신경세포들과 더 많이 연결돼 손상된 뇌 기능을 어느 정도까지는 회복시킨다. 그러나 이 경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행성 뇌질환에 걸린 노인의 뇌신경세포는 이런 자생적 치유 과정을 압도할 정도로 빠르고 심하게 파괴된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뇌 기능들도 감퇴해 급기야 치매 진단을 받게 되는것이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씨병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인지 기능 감퇴가 매우 심하며, 전체 치매 인구의 반 정도가 이로 인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신경세포 안에 섬유뭉치가 생기거나, 신경세포 바깥에 수명을 다한 신경세포의 일부분이 제거되지 못해 찌꺼기처럼 쌓인 신경반이 생성된다. 초기에는 해마와 그 주변 부위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다가 병이 점차 진행되면 대뇌의 대부분에 걸쳐 발생한다. 그리고 이는 뇌신경세포 파괴로 이어진다. 사실 이런 뇌의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진단을 받기 몇년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전 몇년 동안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것은 물론, 발병이 상당 기간 지연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질병 초기에 매우 미약하게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기억 감퇴인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기억 장애인지 정밀한 검사를 받기 전에는 구분하기 힘들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교육을 많이 받고 지적 활동을 활발히 하는 노인들에게서 치매 증상이 지연된다. 즉 이런 노인들은 같은 양의 신경세포 섬유뭉치와 신경반이 있어도 다른 노인들과 달리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취미활동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독서, 서양 장기, 악기 연주, 사교 춤 등은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학자들은 뇌를 활용하는 활동이 뇌의 기능적 용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뇌질환으로 인한 신경세포 손실을 보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근육을 사용할수록 발달하듯이 뇌세포도 많이 사용하면 기능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뇌 기능은 노화에 따라 감퇴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노년기 뇌의 ‘웰빙’을 위해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노화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I 뇌기능 연구 프론티어 사업단 제공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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