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이 명절 교통지옥 해결한다?

2007.01.02 18:37
세상의 모든 일은 ‘~면’ 자를 붙이면 모두 이루어진다. 복권이 당첨된다면, 시험을 잘 친다면, 선거에서 이긴다면, 시합에서 승리한다면, 애인이 사랑을 받아 준다면 등 미래의 일에 ‘~면’ 자를 붙이면 모든 일이 말끔하게 해결된다. ‘~면’ 자를 붙일 때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만약 ~했다면’이다. 복권에 당첨됐다면, 시험을 잘 치렀다면, 선거에서 이겼다면, 시합에서 승리했다면, 애인이 사랑을 받아주었다면 등 과거의 일은 모두 행복한 순간으로 바꿔질 수 있다. 미래의 일은 자신의 처신에 따라 어느 정도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질러진 과거의 일은 어떤 경우라도 돌이킬 수 없다.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이때 타임머신은 가장 요긴한 장비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달해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어구가 현실이 된다면 세상은 긍정적으로 바뀔 게 틀림없다. 타임머신의 탄생을 뒷받침하는 이론은 이미 나와 있다. 리처드 홀링엄 박사는 과거로 여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엄밀한 물리학 법칙은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현재 기술로 타임머신을 만들지 못해서 그렇지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공전의 흥행에 성공한 SF 영화는 거의 타임머신을 소재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지 웰스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타임머신(Time Machine)’과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타임캅(Timecop)’, ‘스피어(Sphere)’, ‘비지터(Visiteurs)’ 등 수많은 영화들이 현재에서 과거나 미래로, 미래에서 현재로 넘나드는 얘기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는 특히 흥미롭다.‘터미네이터’ 도입부의 시대적 배경인 2029년은 기계가 인류소탕 작전을 벌이는 참혹한 미래다. 핵전쟁으로 30억 인구가 소멸하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간보다 강해진 기계와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인간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기계군대의 독재자는 저항군 지도자인 존을 제거하기 위해 사이보그 인간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낸다. 존의 어머니인 사라를 제거하면 저항군의 지도자 존이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저항군 전사 카일이 과거로 날아간다. 사라의 아들 존이 태어나려면 미래가 현재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 그의 아버지 카일은 존보다 늦게 태어나 그의 부하가 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의 아버지가 된다. 존의 어머니가 되는 사라는 뱃속에 있는 아들에게 보낼 녹음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카일을 보낼 때에는 아버지인 줄 몰랐겠지. 그러나 그를 보내지 않았다면 너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야." 흥미로운 건 2029년에 존재했던 카일은 존이 보여준 사라의 사진에 반해 사라를 보호하는 작전에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 사진은 1984년 사라가 주유소에서 찍은 것으로 카일은 사라가 죽은 후 사라에게 반한 것이 된다. 그들의 사랑은 미래에서 싹터 과거에서 실현됐으며 다시 미래로 이어진 것이다. 타임머신을 얘깃거리로 삼는 SF 대부분은 광대한 우주 공간 또는 상당한 시간 차이가 나는 미래 또는 과거를 무대로 삼는다. 그러나 단 20분이나 한 시간 전으로 돌아가기만 해도 수많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루이스 모노 감독의 '레트로액티브(Retroactive)'는 보여준다. 고속도로에서 작은 교통사고를 낸 범죄심리학자 카렌은 프랭크와 그의 처가 타고 있는 자동차에 타면서 사사건건 일이 꼬인다. 고가의 컴퓨터 칩을 팔아넘기는 악덕 사기꾼 프랭크는 간이휴게소에서 아내의 부정을 알고 그녀를 쏴 죽인 후 카렌마저 살해하려고 한다. 위협에 쫓기던 카렌은 시간 역행 시스템을 연구하는 연구소로 몸을 피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과거로 여행하는 카렌에 초점을 맞춘다. 연구소의 기계 조작 실수로 타임머신에 탑승하게 된 카렌은 20분 전 과거로 돌아가고 자신이 목격한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잦아질수록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 희생자만 늘어나게 된다. 과거가 의도된 대로 풀리지 않았던 것. 물론 마지막 게임에서 카렌의 의도대로 상황은 해피엔딩이 된다. 다소 튀는 상상이지만 타임머신이 실용화될 경우 한국인들이 가장 반가워할지 모른다. 한국인들은 매년 설날이나 추석날 차례 때 고향에 내려간다. 귀중한 시간 대부분을 교통체증으로 도로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니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굳이 죽은 조상의 무덤을 찾아 성묫길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조상이 살아 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이혼이라는 말도 사라질지 모른다. 혼인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사랑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머신이 있으면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뜨거운 사랑 현장도 목격할 수 있고, 안토니우스와 아우구스투스가 벌인 악티움 해전도 관전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학익진’을 구사해 전투에서 승리하는 장면과 광개토대왕이 중국 대륙을 누비는 모습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스타트랙’의 한 에피소드처럼 역사 상 천재 중의 천재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미래로 데려와 발달된 과학문명을 보여주고 다시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을 만나 상대성 이론과 통일장 이론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맨과 타임머신 이처럼 타임머신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때문에 사람들은 타임머신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타임머신 발상이 제기된 초기에 나타난 가장 '합리적인' 아이디어는 지구 자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견해였다. 한쪽 방향의 운동이 앞으로 흐르는 시간과 동등하면 반대 방향의 운동이 거꾸로 흐르는 시간과 동등하다는 개념이다. ‘슈퍼맨’에서 슈퍼맨은 애인인 루이스 레인이 핵폭발의 여파로 죽자 역사를 바꾸기로 결정한다. 그는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적도 둘레를 빙글빙글 돈 뒤 루이스 레인이 죽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가 그녀를 살려낸다. 물론 루이스 레인이 죽기 직전에 슈퍼맨이 영화에서 구출했던 사람들은 슈퍼맨이 루이스 레인을 구하려고 역사를 바꾸었기 때문에 죽지 않으면 안 됐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기 때문에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건 썰렁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은 안심해도 된다. 두 물리적 현상인 회전의 방향과 시간의 흐름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슈퍼맨’에서 사용한 논리는 천체 운동이 시간을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천체가 운동하니까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므로 천체가 운동하는 것이다. 슈퍼맨이 광속보다 빨리 달리더라도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광속보다 빨리 달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슈퍼맨은 루이스 레인을 만나지 못하고 지쳐서 날기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게다가 우주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설사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다고 해도 다시 과거로 돌아올 때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시간 차원에서만 여행을 하고 공간이라는 3차원은 바뀌지 않아야 하는데 지구는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3차원을 통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놓인 지면 상 한 점은 지구 축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지구, 태양, 태양계, 우리의 은하도 운동을 하고 있으므로 과거로 달려가더라도 지구는 자신이 출발했던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다. 광속보다 빠른 우주선을 타고 갔다 해도 그곳은 지구가 아닌 컴컴한 우주 공간일 뿐이다. 슈퍼맨이 바보인가. 우주의 회전까지 고려, 슈퍼맨이 과거로 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지구는 과거에 있었던 자리에서 이미 옮겨져 있다. 텅빈 허공에서 애인을 찾는다는 건 난센스다. 게다가 슈퍼맨의 애인인 루이스 레인은 슈퍼우먼이 아니다. 보호복 없이는 우주 공간에서 단 1분도 살 수 없다. 슈퍼맨이 불쌍할 뿐이다.(계속)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