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얼굴에도 표정이 있었을까

2000.08.31 22:42
'표정연기'가 뛰어난 공룡들이 스크린에 대거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다이너소어'(Dinosaur)에는 기원전 6500만년 백악기를 무대로 30여종류의 공룡이 출연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지만 공룡의 생김새가 너무나 사실에 가깝도록 정밀하게 묘사됐다는 게 중평이다. 특히 주인공 '알라다'는 입술과 안면근육을 씰룩거리며 토라지거나 화낼 때의 섬세한 표정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낸다.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등장하는 무표정한 공룡들과 사뭇 대조적이다. 영화가 아닌 실제 공룡의 얼굴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알라다의 모델은 백악기 전기에 등장한 초식공룡 이구아노돈이다. '다이너소어' 제작진이 이구아노돈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얼굴 형태가 말과 비슷하다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비교적 움직임이 풍부한 말 얼굴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이구아노돈의 얼굴에 합성시켜 표정이 자연스러운 주인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공룡학자가 복원한 이구아노돈은 얼굴을 통한 감정표현이 아예 불가능해보인다. 안면근육이 없고 뾰족한 입을 가진 '차가운' 인상이기 때문이다. 공룡학자는 화석을 근거로 공룡의 모습을 복원한다. 이구아노돈 화석의 경우 입의 끝부분에서 마치 손톱 같은 각질 형태의 뾰족한 주둥이가 발견된다. 또 공룡은 족보상 파충류에 속한다. 현생 파충류인 악어를 떠올려보면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공룡학자가 이구아노돈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만든 이유다. 하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공룡학자라 해도 '두손을 드는' 대목이 있다. 피부색과 울음소리다. 영화 '쥐라기공원'의 자문을 맡은 공룡학자 조지 칼리슨 박사는 "공룡 피부색만은 재현할 수 없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피부색을 결정하는 색소체가 화석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갈색이나 녹색 계통으로 묘사되는 대부분의 공룡은 상상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다. 울음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공룡학자인 이융남박사(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는 "초식공룡의 경우 적의 출현을 알리기 위해 소리신호가 있었을 것"이라 말하고 "다만 머리의 뿔이나 관을 이용해 소리를 냈을 것으로 예상될 뿐 어떤 소리인지 판단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소름끼치게 포효하며 상대를 덮치는 푸른 빛의 공룡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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