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집착하는 절편음란증

2007.02.14 09:08
물건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지금까지 살펴본 성도착증은 성적 만족의 방법에 있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는 경우이다. 성도착증의 두번째 부류는 성적 만족의 대상이 비정상적인 경우이다. 예컨대 절편음란증(fetishism)은 성적 관심의 초점을 사람이 아니라 여자의 팬티나 브래지어, 가죽벨트, 신발과 같은 물건에 맞추는 이상성욕이므로 배물애라 한다. 페티시(절편음란물)라는 말은 마력의 뜻을 지닌 포르투갈어에서 유래되었다. 성적인 의미에서 페티시의 마력은 페니스의 발기를 일으키고 지속시키는 힘이다. 페티시는 남성의 발기를 일으키는 마법의 물체인 것이다. 말하자면 여자 성기의 대용품이다. 절편음란증 환자에 따라 페티시가 되는 물건이 다르지만 페티시가 없으면 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가령 페티시가 장갑인 남자는 아내가 성교 도중에 하얀 장갑을 끼지 않으면 실제로 발기불능이 된다. 신발이 페티시인 남자는 수음할 때 신발 안으로 사정하거나 성교할 때 신발을 만지작거린다. 서구에서는 하이힐과 부츠가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지속적으로 페티시가 되었다. 신발이 여자 성기의 대용품이 된 까닭은 불가사의하지만 아마도 신발 안에 놓이는 발의 위치가 성교할 때 질 안에서 페니스의 위치와 흡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맥락에서 여자의 패션이 굽 높은 부츠로 결정되면 많은 남자가 발기된 상태에서 거리를 걷게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남자의 공통적인 페티시가 여성의 패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좋아하는 의상을 통해 남자를 매료시킨다는 것은 여러 남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페티시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절편음란증을 정신분석학으로 설명한 대표적인 학자는 프로이트이다. 1927년 발표된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페티시를 남자가 어린아이일 때 그의 어머니가 갖고 있다고 믿었던 페니스의 대체물이라고 주장했다. 사내아이는 어머니가 자신과 같은 페니스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만일 어머니가 거세를 당한 것이라면 자신의 페니스도 거세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어른이 되어 거세콤플렉스를 느낄 만한 상황이 벌어지면 상실된 여성의 페니스를 대체하는 물건을 찾게 된다. 요컨대 페티시는 단순한 페니스의 대체물이 아니라, 어린 시절에 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가 나중에 상실된 아주 특별하고 구체적인 페니스의 대체물이다. 정상적인 삶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페니스를 페티시로 부활시키고 보존하려는 욕구가 절편음란증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발이나 신발을 페티시로 삼은 사람은 어린 시절에 여성의 음부를 여자의 발치 쪽에서, 즉 무릎 아래쪽에서 몰래 훔쳐본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모피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여성의 치모가 자신이 갈망하던 여성의 모습과 합쳐져서 고착된 것이다. 여성 속옷이 페티시가 된 경우는 여자들이 옷을 벗는 순간의 광경이 뇌리에 각인된 결과이다. 이 순간은 여성도 페니스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지막 순간이 되는 셈이다. 또한 프로이트는 중국에서 1천년 동안 여자의 전족풍속이 페티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중국 남자들이 계집아이의 발을 어려서부터 피륙으로 감아서 작게 하고 변형된 발의 모양에서 성적 쾌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성의 속옷을 입고 다녀 복장도착증(transvestism)은 여자가 남장을 하고 남자가 여장을 좋아하는 증상이다. 복장도착자는 거울 속에서 여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수음을 하거나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해서 남들이 여자로 착각해주기를 바란다. 이성의 속옷을 입고 다니기도 한다. 가령 남자가 브래지어를 차거나 여자 팬티를 착용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복장도착증이 거세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풀이한다. 여자 행세를 하여 스스로 여자들도 페니스를 갖고 있다는 확신을 가짐으로써 페니스가 거세의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이겨낸다는 뜻이다. 다른 이론에서는 복장도착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해소된다고 본다. 자신의 어머니와 성교하는 대신에 어머니의 옷이라 할 수 있는 여성의 옷과 성적 관계를 가짐으로써 근친상간의 욕망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소아애(pedophilia)와 노인애(geronto-philia)는 성적 대상의 특정 나이에 민감한 변태성욕이다. 소아애는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 특히 8살에서 11살 사이의 소녀로부터 성적 충동을 느끼는 증상이다. 어린 소녀를 노리는 치한은 소녀의 나체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지만 때로는 성기를 만지거나 입을 맞추며 자기의 페니스를 애무하도록 한다. 펠라티오를 시키기도 한다. 질이나 항문에 대한 페니스 삽입은 근친상간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흔하지 않다. 한편 노인애는 나이 많은 할머니에게서 성적 쾌감과 만족을 얻는 증상인데 소아애보다는 그 빈도가 훨씬 적다. 시체성애(necrophilia)는 사람 시체와의 성적 접촉을 통해 만족을 얻으려는 도착증이다. 시체와 성교하려고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동물애(zoophilia)는 동물을 성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변태성욕이다. 인류가 목축사회를 거쳐오는 과정에서 비롯된 가장 역사가 긴 성도착증인데, 주로 소, 양, 개 따위가 대상이 된다. 동물과 성교하는 수간이 가장 많지만 때로는 동물에게 페니스를 빨게 하거나 동물의 생식기를 핥는다. 킨제이 보고서(1948)에 따르면 미국의 농장에서 자란 남자의 17%가 오르가슴을 맛보는 수준까지 동물과 성적 접촉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살펴본 성도착증은 거의가 후천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자기가 생활하고 있는 문화권 속에서 성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성에 대한 편견이나 열등감을 갖게 되면 공동의 가치관에서 벗어나는 성행동을 나타낸다. 초등학교 때부터 건전한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성도착자의 비율은 소수에 그치지만 그 행위가 반복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성도착 행위의 피해를 입게 된다. 성도착증 범죄는 대단히 비도덕적인 것이므로 범죄자들을 색출하고 격리시키는 사회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한편 성도착증은 청소년기에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성도착증의 징후가 나타나면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