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완벽주의는 병이다

2004.07.12 11:31
서울의 한 대학병원 스트레스클리닉. 최근 직장인이 부쩍 늘었다. 주로 직장 내 갈등을 호소한다. 내막을 알고 보면 외적인 환경보다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경우가 20∼30%나 된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업무 강도가 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다 보면 업무 성과 강조→완벽주의 요구→갈등 고조 양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완벽주의 유형=최근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의 고든 플렛 교수는 완벽주의를 정신과 질환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완벽주의를 첫째 자신의 완벽을 추구하는 ‘자기 지향 완벽주의’, 둘째 다른 사람의 완벽을 요구하는 ‘타인 지향 완벽주의’, 셋째 내가 완벽하기를 다른 사람들이 원한다고 믿는 ‘사회적 완벽주의’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완벽주의자의 행동도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유형은 자신의 완벽함을 자랑하고 타인을 감동시키려 한다. 둘째 유형은 결과가 완벽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은 아예 피한다. 셋째 유형은 문제를 숨기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완벽주의가 병일까=인제대 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완벽주의 성향’과 ‘완벽주의’를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보통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면 논리적이며 일도 꼼꼼하게 처리한다. 기업 등 조직에서 이런 사람들은 업무 성과가 대체로 좋다. 우 교수는 이를 ‘건강한 완벽주의’라 불렀다. 문제는 ‘병적 완벽주의’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몰두한다. 완벽 자체가 목표가 되기 때문에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극단적인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병적 완벽주의는 일종의 ‘강박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다. 플렛 교수가 말한 사회적 완벽주의는 ‘자기애적 인격장애’이며 대인공포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나를 돌아보자=병적 완벽주의자는 직급이 높을수록 증가한다. 평사원일 때는 지시를 받기만 하면 되지만 중간관리자 이후로는 책임을 동시에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은 물론 부하직원에게도 완벽을 요구한다는 것.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완벽주의적 성향 또는 행동으로 사회적 기능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지 먼저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로 인해 대인관계나 직장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병적 완벽주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특히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병적 완벽주의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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