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명예훼손 방치땐 포털사이트 배상 책임”

2007.05.19 08:59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누리꾼의 댓글을 방치했다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여러 신문 방송사에서 공급받은 기사를 편집 서비스해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하면서도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책임에는 소홀했던 포털 측에 게시물 관리의 엄격한 책임을 물은 것이어서 앞으로 포털 운영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영룡)는 김모(31) 씨가 “내 명예를 훼손하는 글과 개인 정보가 담긴 댓글을 방치해 피해를 봤다”며 포털 사이트 운영 회사 4곳을 상대로 낸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포털 측은 모두 1600만 원을 김 씨에게 주라”며 18일 김 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05년 4월 김 씨의 여자 친구 A 씨가 자살한 것과 관련해 A 씨의 어머니는 “내 딸이 김 씨 때문에 자살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일부 언론이 이 글을 기사화했다. 당시 언론은 김 씨를 익명으로 보도했다. 포털들이 이 기사를 사이트에 올리자 김 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마구 달렸고 김 씨의 실명과 회사 등이 댓글을 통해 공개되자 김 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우선 댓글 관리에 대한 포털 측의 주의 의무를 명확히 했다. 포털 측은 “언론사들이 공급하는 기사를 받아 중요도에 따라 배치할 뿐 기사를 수정 삭제 편집하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포털은 독자의 흥미를 위해 기사 제목을 바꾸기도 하고 기사 아래에 댓글을 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여론 형성을 유도하기도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기사에 달린 댓글을 통해 김 씨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드러났기 때문에 포털 측이 명예훼손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포털 측이 게시물을 24시간 감시하고 삭제할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감시를 통해 문제의 댓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삭제할 의무가 있다”며 “당시 김 씨에 관한 기사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라 문제의 댓글이 달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각 포털의 위자료 지급액은 포털의 규모와 문제가 된 댓글의 수, 포털 측의 댓글 삭제 노력 등을 감안해 NHN에는 500만 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야후코리아에는 각 400만 원, SK커뮤니케이션즈에는 300만 원을 배상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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