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 이야기 - ‘콕의 공리’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2005.12.09 23:33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감은 살면서 한번쯤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흔한 질병입니다. 이번 12월10일에는 위궤양을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이 수여됩니다. 병원균에 의해 발생하는 위궤양도 흔한 질병이며, 치료약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 상식이 됐지만 당시에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던 과학적인 발견은 많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질병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병원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19세기 이전까지 상상도 못하던 가설입니다. 프랑스의 파스퇴르는 ‘세균 이론’과 더 나아가 ‘백신 개발의 아버지’라 할 수 있습니다. 1864년 파스퇴르는 ‘부패 연구’를 통해 공기 중에 음식을 변하게 만드는 나쁜 세균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는 이 부패원인균이 공기에 떠 다니는 아주 작은 벌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파스퇴르의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1876년 독일의 로버트 콕 박사는 현대 병리학의 시금석인 세균이론을 세웠습니다. 콕 박사는 19세기 하늘이 내린 형벌이라 여겼던 결핵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특정 세균에 의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때 그가 사용한 증명기준은 현대 의학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콕의 공리’로 불리는 콕 박사의 증명기준은 다음의 4가지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우선 특정한 병원균이 특정 질병에 ‘항상’ 존재해야 하며, 둘째로 특정한 질병균은 같은 질병에 걸린 동물에게서 똑 같이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로 실험실에서 증식시킨 병원균이 건강한 동물을 같은 질병에 걸리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과정으로 감염된 동물에게서 분리한 세균이 앞에서 분리한 세균과 동일해야 한다. 콕의 공리는 의사들에게 세균에 의한 병의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의 공리는 지금까지 특정 세균이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 결정하는 기본 단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암이나 심장병 같이 단순 세균 감염이 아닌 것 같은 질병에서도 세균이 질병의 원인임을 밝혀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10월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던 위궤양 연구입니다. 오랫동안 위궤양은 맵고 짠 음식, 아스피린 과다복용 또는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1982년 오스트랄리아 의사 마샬과 로빈 박사는 위궤양 환자의 위에서 나선형의 미생물(Helicobacter pylori)이 많이 발견되는 사실에 착안해 위궤양 환자들에게 항생제 처리를 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죽여 봤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통증 감소와 궤양의 완치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가 발표됐을 때 학계는 기존까지 알려진 특성상 잘못된 연구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들의 연구를 무시했습니다. 이에 모욕을 느낀 의사 마샬은 콕의 공리를 통해 연구를 증명하고자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1985년 자신이 발견한 나선형 세균을 한 컵이나 마셔 스스로를 위궤양에 감염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항생제를 처방해 자기 몸에 생긴 위궤양이 치료되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는 다수의 질병이 병원균에 의해 생긴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한 예입니다. 관상동맥 관련 심장병 환자는 클라미디아 균(Chlamydia pneumoniae)에 대한 항체가 굉장히 많은데, 항체가 동맥의 염증과 상처를 남겨 결국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래에는 심장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분리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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