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올레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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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제주는 이 소식을 전국에 전하기 바쁘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여린 새잎 바라보고, 산들산들 부는 바람도 깊숙이 들이마시는 여행이 필요하다면 이른 봄 제주가 제격이다. 걷는 여행은 참 좋다. 차로 달리면 볼 수 없는 작은 소소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고, 온 몸으로 자연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며 걷는 여행에 마음에 맞는 친구가 동행한다면 인생사는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더할 나위 없는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혼자 자박자박 걷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는 귀를 활짝 열고 자연이 들려주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주올레? 올레! 걷기 여행의 으뜸은 제주 올레길. 최근 ‘제주올레’가 2007년 ‘숨은 길을 찾고, 끊어진 길을 잇고, 사라진 길을 되살리고, 없는 길을 만들어서’ 선보인 올레길이 인기다. 지금까지 개발된 코스는 모두 15개. 올레란 ‘거리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또한 제주 올레는 발음상 ‘제주에 올레?’라는 이중의 의미를 포함한다고도 하니 재미있는 단어다. 올레길 여행에 정답은 없다. 열다섯 길을 코스 순서대로 걸을 필요도 없고, 한 길을 다 걷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체력과 취향에 맞춰 마음 가는 대로 걷는 게 최선이다. 단,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천천히 자연을 느끼고, 사람들과 인정을 나누는 것은 필수다. 간혹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휴식도 취하지 않은 채 무작정 걷는 사람들이 있다. 무조건 앞으로 직진하다보면 올레 열다섯 길을 모두 지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억이나 마음에 남는 게 얼마나 될까? 욕심을 부려보지만 올레길은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올레길의 진행 방향을 가르쳐주는 도보 여행자들을 위한 길 안내 표시를 잘 보고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길가 돌담, 해안가 바위 위, 길바닥, 담벼락에 조그맣게 그려져 있는 화살표. 또, 작은 소나무 가지에 달려 있는 리본. 올레꾼을 위한 표시를 잘 찾아보고 걸어야 하니 찬찬히 살펴보고 걸어야 한다. 올레길 대정복! 지금까지 올레길이 열다섯 코스로 소개됐지만 앞으로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나만의 여행을 만들어보자. 다음에 간략하게 소개하는 올레길을 참조해 지도를 펼쳐놓고 가고 싶은 지역을 콕! 찍어 출발하시길. 1코스 - 시흥~광치기 올레 제주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바당 올레’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 들판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검은 돌담을 두른 밭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모습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 길이 끝나는 광치기 해변의 물빛도 환상이다. 총 15km, 5~6시간 소요. 1-1코스 - 우도올레 소가 드러누운 모습으로 떠 있는 우도. 우도 올레는 일 년 내내 쪽빛 바다색을 자랑하는 우도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쇠물통 언덕을 지나 제주도의 옛 돌담을 고스란히 간직한 돌담 올레를 걷고, 호밀과 보리, 땅콩이 자라는 밭둑 올레를 즐긴다. 우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꽃양귀비와 크림손클로버로 뒤덮인 아름다운 초원이다. 우도올레는 배편에 따라 천진항 또는 하우목동항에서 출발하면 된다. 총 16.1km, 4~5시간 소요. 2코스 - 광치기~온평 올레 성산리 광치기 해변에서 출발, 온평리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길. 바닷길과 들길, 호젓한 산길까지 색다른 길들이 이어진다.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시흥부터 광치기 해변까지 아름다운 제주 동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제주 ‘삼성 신화’에 나오는 고, 양, 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찾아온 세 공주를 맞이한 온평리 바닷가와 혼인식을 치렀다는 혼인지도 지난다. 총 17.2km, 5~6시간 소요. 3코스 - 온평~표선 올레 중산간 길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길. 양옆에 늘어선 오래된 제주 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울창한 수목이 운치를 더한다. ‘통오름’과 ‘독자봉’ 또한 제주의 오름이 지닌 고유의 멋을 느끼게 해준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도 들러보자. 제주의 풍경을 담은 멋진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중산간 길을 지나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바다목장 길이 열린다. 총 22km, 6~7시간 소요. 4코스 - 표선~남원 올레 절반은 아름다운 해안 올레, 나머지 절반은 오름과 중산간 올레다. 가마리 해녀올레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보여주는 곳으로, 이곳을 거쳐 ‘가는개’로 가는 숲길은 제주올레에 의해 35년 만에 복원되었다. 총 23km, 6~7시간 소요. 5코스 - 남원~쇠소깍 올레 남원포구에서 출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길. 키가 훌쩍 큰 동백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마을 풍경이 멋스럽다. 난대 식물이 울창한 숲을 지나서 바다로 나가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총 15km, 5~6시간 소요. 6코스 - 쇠소깍~외돌개 올레 쇠소깍을 출발하여 서귀포 시내를 통과, 이중섭거리와 천지연폭포 위 산책로를 거쳐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해안·도심 올레다. 서귀포의 문화와 생태를 접할 수 있다. 누구나 힘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총 15km, 4시간30분~5시간 소요. 7코스 - 외돌개~월평 올레 무주를 대표하는 어죽 한 그릇도 빼놓을 수 없다. 금강 상류인 무주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민물고기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무주의 어죽은 동자개(빠가사리)로 끓인다. 메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메기보다 몸이 작고 몸 색깔과 지느러미 모양, 입수염 개수 등이 서로 다르다.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빠가사리는 수심과 수질에 따라 육질이 다르다. 7-1코스 - 월드컵경기장~외돌개 올레 제주 중산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걷는 길. 한라산과 제주의 남쪽 바다, 서귀포 전역을 볼 수 있다. 기암절벽과 천연 난대림에 둘러싸인 중산간의 비경이 멋지다.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논둑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 총 15.6km, 4~5시간 소요. 8코스 - 월평~대평 올레 포구에서 시작해 포구에서 끝나는 바당올레 코스. 주상절리와 흐드러진 억새가 일품인 열리 해안길을 지난다. 해녀들만 다니던 거친 바윗길을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평평하게 고른 ‘해병대길’을 지나는 맛도 그만이다. 종점인 대평리는 안덕계곡 끝자락에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드르)이라 하여 ‘난드르’라고 불리는 마을이다. 총 16.3km, 5시간~5시간 30분 소요. 9코스 - 대평~화순 올레 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말이 다니던 '몰질'을 따라 걷다보면 기정 길을 지나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볼레낭 길로 접어든다. 박수기정을 끼고 도는 이 길은 지난해 2월에 새롭게 개척한 아름다운 숲길. 제주의 원시 모습을 간직한 안덕계곡은 제주의 감춰진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비경으로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힌다. 총 9.1km, 3~4시간 소요. 10코스 - 화순~모슬포 올레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산방산 옆을 지나 송악산을 넘어 대정읍 하모리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올레. 송악산 분화구 정상에서 마라도와 가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군, 영실계곡 뒤로 펼쳐진 한라산의 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올레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소개된 산방산 밑 소금막 항만대의 절경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총 15km, 4~5시간 소요. 11코스 - 모슬포~무릉 올레 모슬포항에서 시작하는 11코스는 근대사와 현대사가 녹아 있는 올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대의 공군 병력을 집결시켰던 알뜨르 비행장, 4·3사건 이후 최대의 양민 학살이 자행된 섯알오름, 정마리아 성지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증언한다. 모슬봉은 이 지역 최대의 공동묘지가 있는 곳으로 제주 남서부 일대의 오름과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신평-무릉간 곶자왈 올레는 제주올레에 의해 처음 공개된 ‘비밀의 숲’. 총 21.5km, 6~7시간 소요. 12코스 - 무릉~한경 올레 해안을 따라 서귀포시 전역을 잇고 제주시로 올라가는 첫 올레. 무릉 2리부터 용수포구 절부암까지 들과 바다, 오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신도 앞바다에 바닷물과 해초를 가득 머금은 채 놓인 도구리(돌이나 나무를 파서 소나 돼지의 먹이통으로 사용한 넓적한 그릇)에 파도가 덮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월봉과 엉알길을 지나 당산봉을 넘고 나면 '생이기정 바당길'로 접어든다. 총 17.6km, 5~6시간 소요. 13코스 - 용수~저지 올레 숲길 올레의 시작을 알리는 올레. 용수포구를 출발하면 길은 중산간으로 이어진다. 용수저수지와 숲을 지나 작은 마을 낙천리를 만나고 다시 숲과 오름을 오른다. 숲길, 밭길, 잣길들과 저지오름의 울창한 숲이 기다리는 곳이다. 총 15.3km, 4~5시간 소요. 14코스 - 저지~한림 올레 돌담길, 밭길, 숲길, 하천길, 바닷길, 고운 모래사장 길, 마을길 들이 차례로 나타나 지루할 틈 없이 장장 19.3km의 여정이 이어진다. 바다에서는 아름다운 섬 비양도를 내내 눈에 담고 걷는다. 저지마을을 벗어나면 월령해안까지 상점이나 식당이 없기 때문에 간식을 챙겨가야 든든하다. 총 19.3km, 6~7시간 소요. 15코스 - 한림~고내 올레 한림의 바다에서 출발해 중산간의 마을과 밭, 오름을 돌아 다시 고내의 바다에 이르는 올레다. 한수리를 지나자면 마을 올레가 시작된다. 인적 드문 한적한 마을, 사시사철 푸른 밭, 그 밭에 물을 대는 작은 못들, 두 개의 오름, 감춰진 난대림 숲이 있다. 총 19km, 6~7시간 소요. 올레 길 걷기 전 이것만은! 걷기 여행의 기본은 편한 운동화! 발이 불편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른 봄이긴 해도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싶다면 샌들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비옷과 바람막이 옷도 챙기자.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의 날씨는 시시각각 변하기로 유명하다. 날씨가 화창해도 비옷과 바람막이 옷은 꼭 챙겨야 한다. 걷다보면 땀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좋다. 걷다보면 작은 구멍가게에서 시원한 음료수나 간식이 필요할 테니 약간의 현금도 지갑에 넣어두도록 하자. 잘 먹고 잘 쉬는 제주여행 맛있는 음식 많기로 유명한 제주도. 그 중에서도 갈치가 최고야! 라고 생각한다면 서귀포에 위치한 네거리 식당을 추천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갈치국. 비릿한 갈치로 국을 끓인다고? 쉽게 상상이 안 되는 갈치국은 일단 한 번 먹어보면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에 반해버린다. 싱싱한 갈치와 호박, 고추, 배추가 맛의 비결. 굵은 소금을 솔솔 뿌려 구운 갈치구이도 맛있다. 색다른 회맛을 보고 싶다면 보목해녀의집(064-732-3959)의 자리물회 한 그릇 먹어보자. 자리물회는 제주도에서만 잡히는 자리돔이 주재료. 껍질, 뼈, 지느러미째 요리한다. 뼈째 씹어야 하지만 먹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가늘어 잘 씹어 먹으면 고소하다. 된장과 고추장을 푼 찬물에 말아서 나와 국물이 시원하다. 그 밖에 한림읍에 위치한 만민식당(064-796-4473)은 전복, 오분자기와 각종 해산물을 넣고 끓인 해물뚝배기가 맛있는 곳. 간식으로 좋은 숙이네 보리빵(064-799-1777)도 있다. 직접 빚어서 바로바로 쪄 내는 찐빵은 따뜻할 때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포장용은 미리 주문하는 것이 좋다. Tip (사)제주올레 (064-739-0815, www.jejuolle.org)에 가면 올레길의 각 코스별 교통편, 추천 맛집과 숙박시설 등의 정보를 알 수 있고, 상세지도도 내려 받을 수 있다. 혼자가기 심심할 경우 동행을 구할 수도 있다. 공제회 휴양시설로는 남제주군에 위치한 금호제주리조트나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 대명리조트가 있다. 열심히 걸은 만큼 편안한 잠자리에서 푹 쉬는 것도 중요하다. 전은선 여행기자 photoharu@naver.com 동아사이언스·과학기술인공제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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