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유도만능줄기세포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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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분야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피부 등 다 자란 세포를 신경, 내장, 피부 등 어떤 조직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전능세포로 되돌려 놓는 연구다. iPS는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하게 분화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인간의 난자 등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다. 최근 iPS로 세계 줄기세포 연구에 도전장을 던진 젊은 한국인 과학자가 한국을 찾았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재단의 분자의학연구소에 있는 김정범(35) 박사다. 그는 줄기세포 분야 세계적 석학인 한스 쇨러(Scholer) 교수와 공동으로 iPS를 확립하고 8월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에 소개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의 뇌신경 줄기세포를 역분화시켜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김 박사는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의학연구소와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협력 논의 과정에서 한국을 찾아왔다. 다음 주 중 독일로 돌아갈 예정인 김 박사는 3일 울산과기대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독일의 공동연구에 참여할 것이며, 곧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강조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 3대 과학저널에 2년간 세 차례 연거푸 등재 국제 흐름을 볼 때 김 박사가 뇌신경 줄기세포를 iPS로 바꾼 사실 자체는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니다. 세계과학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은 그 과정이다. 2007년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Shinya) 교수는 사람 피부세포에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4가지의 유전자(Oct4,Sox2, Kif4, Myc)를 집어넣어 iPS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누구나 피부만 약간 벗겨 줄기세포로 바꾸면 알츠하이머나 루게릭병, 척수손상 등 난치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낸 iPS를 치료용으로 사용하긴 어렵다. 암세포로 자라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Myc와 Klf4는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를 여러 개 넣을수록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선 역분화를 일으키는 유전자 수를 줄이는 경쟁이 치열하다. 김 박사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올해 8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은 김 박사의 3번 째 iPS 연구 성과를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 성과는 지난 해 발표됐다. 흔히 4개의 유전자를 사용하는 반면, 김 박사는 생쥐의 진경줄기세포에 2개의 유전자(Oct4, Klf4)를 넣어 iPS를 만들어냈다. 이 성과 역시 네이처에 소개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올해 초에는 Oct4 유전자 하나만을 사용해 생쥐의 신경줄기세포를 iPS로 역분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성과 역시 생명과학분야 세계최고 전문지인 ‘셀’(CELL) 에 소개됐다. 이 때의 연구경험을 살려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iPS로 바꾼 것이 최근 네이처에 소개한 연구다. 과학자들이 최대 영예라고 생각하는 두 학술지에 2년간 세 차례나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김 박사는 “지금은 유전자의 숫자를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유전자를 집어넣지 않고, 전기충격을 주거나 화학물질을 넣는 등 다른 방식으로 역분화를 일으키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돌아와 줄기세포 연구 일익 담당할 것” 김 박사가 효율 면에서 월등한 유전자 심기 방식을 포기하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과학자들은 필요한 유전자를 집어넣기 위해 ‘네트로’란 이름의 바이러스를 사용하고 있다. 바이러스 안에 필요한 유전자를 심은 후, 이 바이러스를 세포에 감염시키는 형태다. 비록 죽은 바이러스를 사용하지만 바이러스의 흔적이 남아 세포 안에서 암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사용하지 않고 iPS를 만드는 연구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국내 차 병원 연구팀은 올해 5월 바이러스가 아닌 단백질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세포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차 병원 연구팀은 전달물질을 바꾸었을 뿐 역분화 유전자 4개를 그대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유전자 수를 최소화 하려는 김 박사의 방식과 다르다. 이 밖에 바이오벤처기업 알앤엘바이오도 전기충격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지방줄기세포로 iPS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김 박사는 이런 국내 연구동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던졌다. 그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심기 방식이 역분화 효율 면에서 다른 방법에 비해 100배 이상 우수하다”면서도 “그러나 바이러스를 쓰지 않는 방식이 임상적으로는 훨씬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지금은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것이 최적이지만 앞으로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효율로 iPS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는 본인 역시 바이러스 및 외부유전자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난치병 치료 등을 목적으로 연구하는 만큼 인간에게 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사는 “현재 막스플랑크 산하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곧 한국의 책임급 연구원 자리인 그룹리더(Group Leader) 직함을 가지게 될 것 같다”면서 “2년 정도 더 근무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이 분야의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귀국 후의 거처를 정하기 위해 몇 개의 한국 대학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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