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1심 재판 집행유예 일단락

0000.00.00 00:00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황우석 사건’ 재판이 26일 1심 재판부의 유죄선고로 3년 4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2006년 5월 검찰이 2004~2005년 ‘사이언스’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상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 등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타내고 여성 난자를 불법 매매한 혐의로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였던 황우석 박사를 불구속 시키면서 시작된 재판은 44차례나 공판을 열며 마라톤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는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해 연구비를 타내고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논문 조작 연구비 횡령 유죄 이날 재판부는 황 박사의 논문이 조작됐으며 정부 지원 연구비 사기와 횡령, 난자의 불법 이용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학적 연구를 위한 목적이라 해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서 인간 난자를 이용한 데다,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이용한 사기 횡령액이 8억3000만원에 이르고 피해자에게 반환하지 않는 등 죄질이 중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난자를 이용하며 법적 자문을 구하고 사기ㆍ횡령한 금전을 개인적 치부나 사적인 용도가 아닌 연구와 관련된 일에 사용 한 점, 이전에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기는 등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어 잘못이 작지 않지만 실형을 선고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논문조작으로 SK와 농협에서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특정경제범죄가 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 관해 검찰과 황 박사 측 모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 조작은 업무 방해에 해당”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측은 재판 초기부터 “연구 총책임자로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논문 조작을 지시하진 않았다”고 맞서왔다. 검찰은 당초 진두지휘로 논문이 조작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학계의 자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고 판단해 ‘논문 조작’ 부분을 직접적인 기소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반면 재판부는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005년 12월 검찰 수사에 앞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며 발표한 논문조작 혐의를 ‘실체적 진실’로 공표했다. 재판부는 “황 박사가 논문 조작 가운데 일부를 암묵적으로 지시했거나 묵인한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었다”며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재판부는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에 낸 논문이 모두 조작됐으며 이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면 처벌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4년 논문의 경우 테라토마 DNA 지문 분석 결과와 테라토마 사진이 모두 조작됐다고 인정했다. 또 2005년 논문은 보다 광범위한 조작이 이뤄져 줄기세포주 확립현황 도표ㆍ면 역염색검사ㆍ핵형검사ㆍ배아체형성검사ㆍ테라토마형성검사ㆍ면역적합성검사ㆍDNA 지문분석결과ㆍ인간영양세포 사용 등 갖가지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판단했다. 횡령 혐의 인정, 사기 혐의는 무죄 황 박사는 또 2000년 10월~2005년 2월 신산업전력연구원에서 재료비 구입 명목 등으로 받은 31억5400만원 중 5억9200만원을 개인용도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황 박사 측은 “용도가 표시되지 않은 포괄적인 후원금이기 때문에 횡령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결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5억9000만원 상당을 사적 용도에 사용할 목적으로 차명계좌에 은닉하거나 실제 사적인 용도로 임의 사용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횡령금액이 5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야 했지만 검찰에서 단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하는 바람에 법원이 임의로 피고인에 대해 불이익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며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조작된 논문을 근거로 농협과 SK로부터 각각 10억원의 연구비를 받은 혐의(사기)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논문 조작과 연구비 지원 사이에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집행유예 판결로 황 박사는 법정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논문조작 혐의와 횡령이 인정되면서 도덕적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이달 초 황 박사를 만난 과학계 인사는 “황 박사가 이번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며 “항소와 대법원 항고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44회 심리 수사기록만 2만 쪽 이날 황 박사와 함께 기소된 김선종 전 연구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이병천 서울대 교수는 벌금 3000만원,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는 벌금 1000만원, 윤현수 한양대 교수는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고,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에겐 선고가 유예됐다. 이번 판결은 국내 과학 관련 형사소송 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을 수립했다. 사건이 방대하고 복잡한 데다 첨단 생명공학 분야를 심리 대상은 삼은 탓에 자료 수집과 분석은 물론 재판 진행자체가 쉽지 않았다. 검찰 수사기록만 2만여 쪽에 달했고, 해외저널인 사이언스에 대한 사실 조회와 금융거래 내역 등 780여개의 증거물이 채택됐다. 증인 역시 100명이 넘었다. 안규리 서울대 교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등 60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재판부도 두 번이나 교체됐고, 황 박사 측도 20명이 넘는 변호사를 투입했다. 재판부는 44차례 열린 공판을 거치며 250쪽에 이르는 판결문 작성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