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네… 게임기 줄게…” 성폭력범 70%는 ‘애착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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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3세미만 아이에 성적 환상-집착 보여다른사람 알까봐 쉬쉬하다 피해 커져‘어른 호의 거절 실례 아니다’ 가르쳐야 “우리 아기 무척 예쁘게 생겼구나” “아저씨도 그네 타는 거 아주 좋아하는데 같이 탈까” “최신 게임기 하나 줄게, 아저씨 집에 같이 가자.” 아동 성폭력범들이 아이들을 유인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폭력이나 거짓말이 아니다. 아이에게 호감을 보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한다. 선물로 환심을 사기도 한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000∼2007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사건 4737건 가운데 400건을 정밀 분석한 결과 범죄자 행동 유형은 ‘애착형’이 70.5%로 가장 많았다. 때리거나 억지로 끌고 가는 ‘폭력형’은 17%, “난 아빠 친구야” 같은 거짓말을 쓰는 ‘도구형’은 10.5%였다. 아동성폭력 범죄자들은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오히려 아이가 성적행위에 스스로 길들여지도록 만든다. 애착형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평균연령은 12세. 6∼10세 피해자가 25.7%로 10세 이하 아동이 피해를 보는 비율이 높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감언이설로 다가오는 성폭력범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경우 많아 대다수 아동성폭력범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아기호증’이다. 소아기호증이 있는 성폭력범은 13세 미만의 아이에게 성적 환상을 가진다. 13∼16세 청소년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히베필리아(hebephilia)’ 환자로 부르기도 한다. 소아기호증이 왜 일어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성과 애정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거나, 우울증이 있거나, 알코올의존증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린 시절에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잘못된 가치관을 줘 자신이 가해자로 변한 경우도 있다. 2004년 서울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범은 “초등학생 때 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성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 아는 사람이나 친족한테 당한 경우가 80∼90% 여성부가 지원하는 아동성폭력 피해전담기관인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아는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한 경우가 60∼70%, 친족한테 당한 경우가 20%에 달했다. 친족 중에는 친부가 가해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사촌형제, 삼촌, 친오빠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친부는 지나칠 정도로 가부장적이고 애정결핍인 경우가 많다. 강은영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부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실직 등으로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경우 가장 쉽게 통제할 수 있고, 쉽게 정복할 수 있는 대상에게 손을 뻗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적인 욕구를 성행위로 풀려는 남성일 경우 더 심해진다. 어머니가 집을 비우거나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경우, 성폭행을 당한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이 알까봐 ‘쉬쉬’ 하는 경우 반복적으로 피해가 발생한다. ● 아이가 악몽 꾸거나 성행위 질문 많을때 의심 아동 성폭력범들은 잡히고 난 뒤 “아이도 좋아했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피해 아동들은 성과 관련해 명확한 개념이 서있지 않아 성추행을 ‘놀이’나 ‘애정표현’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가해자들이 처음에는 뽀뽀나 가벼운 애무를 할 때 마치 놀이를 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악몽을 꾸거나 밤에 오줌을 싸는 경우, 갑자기 부모와 떨어질 때 불안해하거나 자위행위를 자주 할 때, 짜증이 많아지거나 성행위에 대한 질문이 많아질 때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대소변을 볼 때 아파하거나 생식기관에서 분비물이 나올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배승민 인천 해바라기아동센터 소장(가천의과대 길병원 정신과 교수)은 “아이가 폭행을 당한 날에 바로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비율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아이와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눠 심리상태와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을 당해 해바라기아동센터를 찾는 아이 중 상당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린다. 처음에는 자기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고 평소처럼 지내는 듯하던 아이도 시일이 흐른 뒤 갑자기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다. 배 소장은 “어른이 차를 태워준다던가 따라오라고 하거나, 혼자 있을 때 문을 열어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싫다’고 말하는 것이 실례가 아니라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체를 함부로 남에게 보이지 말 것을 미리 교육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어른의 호의에 의지하지 않도록 부모와 든든한 애착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지현 동아일보 기자 isityou@donga.com ▼‘화학적 거세’ 다른 나라는 어떻게…▼ 美 9개주 ‘여성호르몬’, 유럽 ‘항남성호르몬제제’ 투여 최근 아동성폭력 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화학적 거세는 말 그대로 약을 먹이거나 주사를 놓아 성욕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남자의 몸에는 남성 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사람의 뇌 한가운데 있는 뇌하수체에서 황체형성호르몬(LH)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고환에 있는 세포를 자극하게 된다. 이때 테스토스테론이 나오는데 이 남성 호르몬은 다시 몸 안을 돌면서 뇌를 비롯한 신체 각 부분으로 흘러들어 간다. 남성 호르몬은 체형을 남성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발기와 성욕에도 관여한다. 화학적 거세는 이 과정을 방해해 남성 호르몬이 나오는 것을 막는다. 약도 다양하다. 아동성범죄자에게 강제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하는 미국 9개 주(州)는 ‘여성호르몬약’(MPA)을 주로 쓴다. 남성 호르몬은 황체 호르몬을 많이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하고 여성 호르몬은 이와 반대로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MPA를 먹으면 남성 호르몬도 적게 나오게 된다. 유럽이나 캐나다는 남성 호르몬이 아예 못 나오도록 ‘항남성호르몬제제’(antiandrogen) ‘항체유리호르몬 촉진제’를 쓴다. 화학적 거세에 쓰는 약은 전립샘암 치료에도 사용된다. 전립샘암은 남성 생식기관의 일부인 전립샘의 말초대 부분에 암이 생기는 것으로 남성 호르몬 때문에 암세포가 더 빠르게 증식한다. ‘안드로쿨’ 등 항남성호르몬제제를 먹으면 암세포가 증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부작용으로 성욕이 감퇴한다. 화학적 거세를 하면 남성 호르몬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남자인데도 가슴이 나오거나 얼굴이 붉어지고 체중이 증가하며 골밀도가 감소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활력을 주는 호르몬인 만큼 무기력감과 우울증이 나타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약을 매일 먹거나 1∼3개월마다 호르몬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주사 1대 값이 2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또 성욕이 감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행위 자체는 가능하기 때문에 성폭력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도움말=두진경 어비뇨기과 원장)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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