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남쪽에 ‘韓게임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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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브USA는 국내 게임개발업체인 엔트리브의 미국 법인이다. 3년 전에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 진출한 이 기업은 골프게임 ‘팡야’ 등 한국 본사가 개발한 게임을 미국에 퍼블리싱(판권유통)하며 미국 안에서 370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어바인에는 엔트리브USA만 있는 것이 아니다. NHN 등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미국법인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근처 로스앤젤레스에도 넥슨아메리카, 그라비티 등이 진출해 있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미국 게임업체들까지 포함한다면 로스앤젤레스와 어바인은 온라인 게임 클러스터인 셈. ○ 떠오르는 ‘코리아 콘텐츠 밸리’ 최근 콘텐츠 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 업체들이 로스앤젤레스와 어바인에 몰려들고 있다. 반도체, 전자, 통신 등 정보기술(IT) 분야 벤처의 메카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로스앤젤레스와 어바인에는 ‘코리아 콘텐츠 밸리’가 있는 셈이다. KOTRA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로스앤젤레스와 어바인 지역에 진출한 국내 콘텐츠 제작업체는 20여 곳. 특히 온라인 게임 쪽 업체들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레드오션’이 된 비디오 게임 시장과 달리 미국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은 이제 막 새로운 성장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위기다. 200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은 매년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비디오 콘솔 게임은 2010년에 올해보다 5.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8월 실리콘밸리에 미국법인을 설립한 NHN은 지난해 어바인으로 회사를 옮겼다. 샌프란시스코보다 건물 임대료가 30% 싸고 인력 수급이 원활한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코리안 콘텐츠 집결지’에서 얻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었다. NHN USA를 관리하는 NHN 정욱 본부장은 “어바인에 온 후 여러 게임업체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미국 게이머들이 ‘대전’보다 ‘협력’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며 “실리콘밸리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넥슨의 미국법인 넥슨아메리카는 2006년 ‘선불카드’라는 수익모델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국내와 달리 휴대전화 소액결제, 무통장 입금 등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미국에 넥슨은 대형 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망을 통해 온라인 선불카드를 도입한 것. 이로 인해 넥슨아메리카는 이듬해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 ○ 기회의 땅, 그러나 이제 시작인 땅 과거 이 지역은 생명공학 분야 벤처 붐이 일었던 곳이다. 그러나 영화의 메카로 불리는 할리우드가 근처에 있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국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인 ‘E3’가 매년 열리는 등 콘텐츠 산업도 기반이 다져진 상태다. CJ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영화사들이 진출했고,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에 미국법인 SM USA를 세워 가수 ‘보아’의 미국 진출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콘텐츠 간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진출한 게임업체 그라비티는 최근 20세기폭스사의 애니메이션 ‘아이스에이지’를 미국 시장용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 올해 안에 공개한다. 그라비티의 온라인 스튜디오 김완원 부서장은 “미국 등 영어권 국가 진출을 위해 이들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KOTRA LA코리아비즈니스센터의 김준규 과장은 “국내 업체들뿐 아니라 미국 역시 로스앤젤레스와 어바인을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의 북미 지역 진출 거점으로 여기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간을 두고 창의적 콘텐츠를 통해 입지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어바인=김범석 동아일보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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